▲김영호 문학평론가
한국잡지협회와 세종시립도서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제2회 근현대잡지 특별전이 세종시립도서관 지하 1층 전시공간에서 10월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열린다.
지난 26일 열린 개막식에 ‘세종마루시낭독회’ 회장으로 참가해, 주최 측과 후원기관의 임원들 그리고 세종의 문화단체장들과 함께 테이프를 자르며 행사의 개막을 알렸다.
개막식에서 백종운 한국잡지협회장은 제1회 근현대잡지 특별전을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했는데, 행정 중심도시인 세종시에서 제2회 전시회를 열게 돼 세종시와 대전 등 인근 도시의 시민들과 함께해 더욱 뜻이 깊다면서, 시설이 잘 갖추어지고 접근성이 좋은 세종시립도서관에서 공간을 제공해 준 데 고마움을 전했다.
세종시 이홍준 자치행정국장은 학창 시절에 배운 육당 최남선의 ‘소년’ 창간호를 보며 그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떠올렸다고 귀한 고잡지의 영인본을 본 감동과 잡지의 소중함을 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벽’ 창간호를 본 것이 감동이었다. 1920년에 민족의식 고취와 사회개조 그리고 정신과 경제의 개벽을 창간 이유로 내세운, 민중 지향적이고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잡지로 일제의 지속적인 탄압을 받았기에 더 귀하게 다가왔다.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대표하는 시로 평가받는 김소월의 ‘진달래꽃’도 개벽에 발표되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자로 쓰인 ‘개벽’ 제호 아래 포효하는 호랑이의 그림에서,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취지를 알 수 있어 더욱 뭉클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인 ‘대죠선독립협회보’가 창간된 189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잡지의 127년 역사를 10개 시기로 나누어 각 시기를 대표하는 잡지를 전시하는데, 문학인들에게는 ‘창작과 비평’ ‘문학사상’ ‘문학과 사회’ 등이 친근했고, 시사잡지인 ‘사상계’도 눈에 띄었다. ‘세종문학’의 송재일 회장은 ‘문학사상’을 창간호부터 모았는데 이사하며 대부분 버렸다며 아쉬워했다. 나도 ‘사상계’ 영인본을 이사 다니다 버렸노라고 고백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 점은 공동 주최하는 세종시립도서관의 의지로, 세종의 문화를 담은 향토잡지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는 점이다. 세종 문학의 모태가 되는 조치원의 ‘백수문학’은 67년의 역사 속에 100호를 발간했고, 2018년에 창간한 ‘세종시마루’는 시전문 무크지를 표방하면서도 역사와 철학까지 아우르며 선진적인 문예 이슈를 선도하면서 10호를 발간했으며, ‘세종문단’은 2020년에 창간되어 현재 3호까지 발행되었다.
문학잡지 외에 세종시정 소식을 전하는 ‘세종시정 소식지’와 다양한 생활문화 정보를 제공하는 ‘행복도시 이야기’, 여성 문화잡지 ‘세종우먼’과 복지전문잡지 ‘세종복지愛‘ 등이 세종 향토잡지 코너에 전시돼 있다. 지하 1층에서 계단을 오르며, 잡지를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가족과 소통하는 ’잡지가 있는 삶‘을 거실, 주방, 방으로 구분해 전시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발한 전시로, 잡지 속의 광고와 과거의 광고 방송 영상을 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김영호 문학평론가]
2023-10-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