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1사1촌 운동
게재 일자 : 2011년 10월 27일(木)
서툰 호미질에 ‘보람이 덩굴째’…문화선물도 ‘넉넉하게’
― 이창의 한국잡지협회 회장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 함초롬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농촌’ 하면 정지용 시인의 작품 ‘향수’가 생각난다. 나는 충남 서산의 농촌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푸른 산, 논과 밭이 펼쳐진
자연 속에서 흙을 밟으며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은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이후 농촌을 떠나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언론계에 뛰어들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기에, 가끔 팍팍한 도시를 떠나 고향이나 시골 농촌에 갈 때면 평온한 느낌을 받는다.
잡지협회는 매년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 회원인 잡지 발행인들과 함께 농촌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잡지협회의 원로 잡지인들이나 젊은
발행인들이 한데 어울려 자연 속에서 땀 흘려 일하는 농민들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다. 올해는 경기 여주군 강천면 간매리에 잡지
발행인 30여명과 함께 찾아가 마을회관에서 1사1촌 결연식을 하고, 주민들의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를 풀어드릴 건강 안마의자를 기증했다.
간매리를 방문하던 날, 평생을 정직한 흙과 함께 살아오신 마을 어른들과 정담을 나누면서 내 고향과 같은 편안함에 내내 기분이 좋았다.
제2의 가족이 될 잡지협회 회원들을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언제든지 이웃과 함께하고 정을 나누는 우리 고향의 모습을 보았다. 결연식이
끝난 후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막걸리를 한잔 하며 함께한 시간은 가족 같은 끈끈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제 밭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할 시간. 능숙한 손길로 고구마를 상하지 않게 척척 캐내는 발행인이 있는 반면, 서툰
손놀림으로 생전 처음 호미를 잡아본다고 말하는 젊은 발행인도 있었다.
비록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고 허리가 아팠지만, 바쁜 농촌 일손을 도왔다는 보람으로 즐겁게 수확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 하는 일이라
힘이 들 텐데 저마다 주어진 할당량을 다 채우기 위해 열심히 고구마를 캐고 있는 발행인들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간매리는 150여
가구 420여명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곽길석 이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도 전 국토 중 가장 낙후된 면소재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에 잡지협회는 이번 간매리와의 1사1촌 결연이 1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교류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서 소중한 농촌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정을 이어가고자 한다. 농번기 일손 돕기 등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물론이거니와, 간매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잡지협회
회원들이 중간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하고, 각종 물품·설비 등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잡지협회의 특성을 살려 500여개 회원사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지역 홍보 및 마을의 특산품을 홍보하고 판촉 활동을 펼치려고 한다.
아울러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촌지역 어르신들이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문화바우처 역할을 하며 간매리가 더욱 아름답고
넉넉한 마을이 되는 데 일조할 계획이다.
이번 1사1촌 결연을 계기로 간매리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도시와 같은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잡지인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얻는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1사1촌운동을 펼쳐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2011-10-27 | 